[밀알의 기적] (6) 월드비전 충북지부 목회자 7명 에티오피아 방문
입력 2013-09-24 17:07
“작은 나눔이 이들에게는 생명줄… 더 늘려 나가야죠”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 1140달러는 한국의 25분의 1 수준이며 실업률 17%에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이 1000명당 109명이나 된다. 초등학교 입학률이 50%인 이 나라를 한국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이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돕고 있다.
세계 각국 월드비전은 에티오피아 빈민지역 69곳에서 지역개발사업(ADP)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이 9개 ADP를 맡고 있으며 이중 가장 큰 사업장이 바로 ‘자비 테흐나네’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80㎞ 떨어진 이곳은 도로사정 때문에 버스로 9시간을 달려야 한다.
지난달 27일, 월드비전 충북지부(지부장 장영진) 소속 목회자 7명이 인구 28만명의 이 지역을 방문했다. 한국 후원자 5000여명과 아동 후원을 맺고 있는 이곳 어린이들, 사업장, 지원 열매를 두루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정헌교(59·청주 강서교회) 목사를 단장으로 김만오(59·덕산제일교회) 고갑순(59·시온성교회) 김동환(52·진천중앙교회) 박선용(52·청주가경교회) 강위현(51·청주대청교회) 유진우(45·세현순복음교회) 목사가 동행했다.
일행은 거의 출발 이틀이 지나서야 현지에 도착,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요즘이 우기여서 방문하는 곳마다 신발이 진흙탕에 빠지곤 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나부세나이 아다무(51)씨 집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간다는 아다무씨는 1남3녀를 키우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다고 했다. 정말 곡식을 넣는다는 항아리 4개가 모두 비어 있었다. 동행한 정정화(69·청주 사도교회) 장로가 출석교회에서 마련한 헌금으로 소 2마리(60만원)를 지원키로 했다. 이 소는 이제 이 가정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어 생계를 돕게 된다.
앞을 못 보는 티커데드 마코넨(45·여)씨 집을 찾았다. 집안도 어렵고 눈도 안 보이니 구걸로 연명하던 마코넨씨는 2년 전 월드비전으로부터 염소 3마리를 지원받았다고 한다. 이를 잘 키워 지금은 20마리나 된다고 자랑했다. 수입으로 집을 다시 짓게 되었다는 가족들은 연신 감사 표시를 하며 귀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커피 세리머니를 베풀었다.
충북지부 7명의 목회자들이 가장 기다린 시간은 후원하고 있는 아동들과의 만남이었다. 약속시간보다 2시간이나 먼저 월드비전 사무실에 나타난 결연 아동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후원 목사님들이 과연 누구일지 계속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후원자와 결연자가 호명되며 만남이 시작됐다.
어린이들은 목사들의 품에 덥석 안겼고 미리 준비해온 장난감과 옷 등 각종 선물도 전달됐다.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비누방울놀이. 제기차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강위현 목사는 “우리의 작은 나눔이 이곳에선 생명줄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해야 하는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날 결연 아동들에게는 염소도 1마리씩 전달됐다. 또 함께 기도하는 흐뭇한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박선용 목사는 “작은 선물에 무척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보니 정말 흐뭇하다”며 “월드비전이 이 지구촌 오지까지 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먹을 물을 얻기 위해 몇 시간씩 물동이를 이고 오가야 하는 마을에 김만오 목사와 성도들이 우물 파는 데 필요한 1000만원을 기증, 우물 기공식 행사가 마을잔치처럼 열렸다. 마을 입구까지 환영단 수십명을 보내 환호하던 주민들은 질퍽거리는 땅 때문에 일행이 잘 걷지 못하자 소달구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제 이곳 우물은 몇 달 후 완공돼 인근 수백명 주민들의 식수원이 되고 또 많은 사람을 수인성 전염성에서 구하게 된다.
김만오 목사는 “성도들이 헌금을 모아 이렇게 귀하고 뜻 깊은 사역에 쓸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우물을 몇 개 더 파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일행을 안내한 월드비전 자비 테흐나네 사업장 알렘네쉬 타데세(37·여)씨는 “한국 월드비전의 지속적인 도움 덕분으로 가난했던 자비 테흐나네에 식수사업과 식량증대사업, 보건사업, 아동 결연을 실시해 지역 전체가 놀랍게 변화됐다”며 “이렇게 먼 거리를 찾아와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우물을 파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은 오늘도 학교는커녕 일터로 내몰리고, 높은 유아사망률과 빈곤의 악순환 속에 노출돼 있다. 월드비전의 나눔 캠페인 ‘밀알의 기적’이야말로 바로 이런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캠페인이다. 방문단은 한국교회 많은 성도들의 관심과 사랑이 머나먼 땅 아프리카, 자비 테흐나네에서 계속 펼쳐질 수 있길 함께 기도했다.
자비 테흐나네(에티오피아)=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