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16) 의원으로서의 첫 숙제 ‘사형제폐지·이자상한제’
입력 2013-09-24 17:01 수정 2013-09-24 17:04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공법이 물같이,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도록 하나님 뜻에 합당하게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법률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버튼을 눌러야 하는 상황에서 깊이 공부하고 기도해서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부닥친 이슈가 사형제 폐지였다. 찬반 입장을 정해야 하는데 난감했다. 성경을 그렇게 읽었지만 하나님 뜻을 알 수 없었다. 급히 담임목사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집회 중이라 통화가 안 됐다. 다른 목사님은 예스도 아니고 노도 아닌 답을 했다. 어떤 목사님은 자기도 고민 중이라 했고 또 어떤 목사님은 각각 답이 다른 신학적 학설만 소개해 주셨다.
반면 성경의 말씀은 분명한데 우리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뉴스에 소개된 사연인데,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급히 입원해야 했는데 병원에서 수납부터 하라고 요구해 급히 150만원을 빌렸다고 한다. 대출계약서에 서명을 끝냈는데 95만원만 줘서 따졌더니 원래 선이자로 55만원을 떼는 거라 했다. 급해서 병원부터 갔지만 다음달부터는 이자만 65만원씩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수납이 먼저라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에 놀랐고, 성경에서 분명히 금하고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살인적 고리대가 횡행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레19:9∼10)
이토록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보시면 얼마나 진노하실까. 일단 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법의 집행에 문제가 있는지부터 알아봤다. 둘 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법정 이자율 상한이 70%였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 법을 어겨도 제대로 처벌하는 조항이 없었다. 법정이자율 상한을 30%로 내리고 어기면 엄벌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격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왔다. 당내에서 ‘민주노동당 2중대다’ ‘누가 공천 줬나’ ‘민노당에나 가라’ 등 온갖 비난과 핍박이 쏟아졌다. 노무현정부의 재정경제부도 기를 쓰고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 ‘처벌을 강화하면 사채업자들이 음성화돼 서민들만 더 피해를 본다’는 희한한 주장이 반대 측 논리였다. 서민을 울리는 불법 사채업자를 잡아들여야 할 정부가 할 말인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기득권층이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데 맞설 논리가 부족할 때 즐겨 쓰는 무기가 ‘반시장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시장적’이라며 부총리를 필두로 특정 언론들의 총공격이 이어졌다. 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도 주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략 7% 내외에서 이자율 상한을 두고 있는데 30% 상한이 왜 반시장적이냐고 아무리 외쳐도 혼자서는 힘에 부쳤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법정 상한이 안 지켜져 실제로는 2800%의 이자를 내기도 하는 이 불쌍한 주의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달라고.
드디어 법무부가 나섰다. 법무부 주도로 이자제한법이 만들어지면서 내 주장의 대부분이 받아들여졌다. 현장에서 서민들이 입는 피해는 아직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법적 틀은 갖췄다. 법을 집행하는 현장에서도 이삭을 줍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하나님의 심정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