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노인의 애틋한 아내 간병 10년… 김석규 前 주일대사 간병기 출간

입력 2013-09-23 18:40


불치병에 걸린 아내가 숨지기까지 그의 손발이 돼 10년간 인고의 삶을 보낸 한 전직 외교관의 생생한 간병기록 ‘파킨슨병 아내 곁에서’(마음풍경)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영화와 같은 이 휴먼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파라과이와 이탈리아, 러시아를 거쳐 2000년 일본에서 40여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김석규(77·사진 오른쪽) 전 주일 대사다. 그가 직접 붙인 부제 ‘투병 10년의 고통, 간병 10년의 고뇌’엔 2004년 1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아내 송혜옥(왼쪽)씨와 함께 버틴 인고의 세월이 그대로 녹아 있다. 송씨는 지난 1월 74세로 눈을 감았다.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가 파괴됨에 따라 신체 기능이 점점 약해져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고인은 2004년 4월 걷기가 불편해지더니 2006년 6월부터는 말을 전혀 못하게 됐고, 이듬해 8월부터 휠체어 신세를 졌다. 음식물을 씹기 어려워져 2010년 5월부터는 콧구멍으로 밀어 넣은 급식 튜브로 영양을 섭취했고, 4개월 후에는 배에 구멍을 내 음식을 위에 직접 주입하는 위루관 시술을 받았다. 이어 2011년 5월부터는 인공호흡기에 의존, 연명해야 했다.

김 전 대사 부부는 그동안 국내 최고 의료진을 만났고, 용하다는 한의원도 찾았고, 도움이 된다는 치료기기도 다 써보았다. 미국 하버드의대 교육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도 다녀왔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김 전 대사는 아내와 함께한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한때 구세주로 기대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한낱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난 날, 다른 불치병 환자들과 같이 절망했다. 그렇지만 그는 파킨슨병 특유의 근육 강직으로 신체가 뻣뻣해진 아내의 옷을 갈아입히고 목욕을 시키느라 씨름하면서도 ‘숨 쉬고 쳐다보고 내 말을 경청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