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인공위성 제작·발사한 송호준씨 “1억이면 가능… 車사느니 위성 쏘겠다”
입력 2013-09-23 18:37
송호준(36)씨는 2007년 국내 첫 민간 인공위성 제작업체 쎄트랙아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인공위성 발사가 보통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됐다. 해외 발사체 제조업체에 ‘인공위성을 띄우고 싶다’며 이메일로 견적을 요청했더니 6만5000∼7만5000유로(9450만∼1억900만원)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이듬해 12월 그는 자신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송씨는 “1억원 정도 드는데, 그 돈으로 수입차나 집을 사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송씨는 최근 서울 신대방동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영 이노베이터스’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해 인공위성 발사 경험을 소개했다. “수입차 사느니 위성 쏘겠다”는 말처럼 쉬운 작업은 결코 아니었다.
항공우주용 부품은 거래가 제한돼 있어 상용부품만 써야 했다. 다행히 대학 등 해외 기관에서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 덕분에 우주 공간에 적합한 부품을 알아낼 수 있었다. 노트북 배터리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품도 있었다. 위성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며 알게 된 해외 연구자들의 조언과 도움도 큰 힘이 됐다. 정보통신부에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물체등록을 할 때는 담당 공무원이 대뜸 “어느 통신사냐”고 물었다. 그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인데요” 하자 무척 황당해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그의 인공위성은 지난 4월 19일 카자흐스탄에서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가로·세로 10㎝의 정육면체로, LED 조명을 달아 6∼8등급 별과 같은 밝기의 빛을 낸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LED와 간단한 통신장비, 태양광판 외에는 어떤 기능도 탑재하지 않았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위성과는 연락이 끊겼다. 지상으로 추락해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씨는 현재 인공위성 발사 과정과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그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1∼2년간 인공위성 발사 작업 과정과 영상을 정리해 전시회 형식으로 공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어렵사리 발사한 인공위성이 소멸된 데 대해선 “아쉬움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송씨는 “인공위성 발사의 성공이나 실패보다 개인이 그런 시도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조만간 누구나 자유롭게 인성위성을 만들어 쏠 수 있는 시대가 올 텐데, 내 경험과 노하우를 그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