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내전 30년만에 지방선거
입력 2013-09-23 18:14
타밀족 후보의 얼굴과 함께 기호가 표시된 선거벽보에는 실제 후보의 기호와 다른 번호가 표기돼 있었다. 타밀족을 뽑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스리랑카에서는 선거할 때 후보 이름이 아닌 기호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타밀족 출신 후보가 사퇴하고 집권 여당에 합류했다는 기사가 유명한 지역신문에 실렸지만 이 신문은 가짜였다. 진짜와 흡사하게 만들어진 신문은 20루피(약 160원)를 받고 파는 것이 아니라 길가에서 무상으로 뿌려졌다.
스리랑카 북부 자프나주에서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최초의 지방선거는 이렇듯 황당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치러졌다. 1983년 내전이 발생한 지 30년 만에 최초로 치러진 이 지역 지방선거는 소수민족인 타밀족이 주류인 ‘타밀국민연합(TNA)’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23일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TNA는 전체 38석 중 30석을 차지하며 7석에 그친 집권 통일인민자유연합(UDFA)과 이슬람 정당(1석)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했다. 타밀족이 주류인 TNA가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전국 9개 중 자프나주가 유일하다. 2009년 5월 내전 종식 후에도 군대가 주둔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던 이곳은 줄곧 타밀족이 분리 독립을 요구해 왔다. 스리랑카는 싱할리족(70%)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북부 자프나주는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15%)이 다수인 지역이다.
TNA는 이번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연방제를 위한 자치를 더 많이 요구할 방침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