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분노한 보시라이, 재기 가능할까
입력 2013-09-23 18:16 수정 2013-09-24 00:52
“판결이 불공평하다. 사실과도 아주 다르다. 공개 재판도 공정한 재판도 아니다. 나와 변호인의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이의제기는 완전히 무시됐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는 22일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5호 법정에서 분노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왕쉬광(王旭光) 주심재판관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1심 판결 내용을 읽은 직후였다.
이에 앞서 왕쉬광이 장문의 판결문 낭독에 이어 마침내 “판결은 다음과 같다”고 말하자 여성 기록요원이 “전체 기립”이라고 외쳤다. 순간 법정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보시라이 양쪽에 선 두 법정 경위는 한 손으로 보시라이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팔목을 꽉 잡고 있었지만 그의 입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선고공판 상황을 공개하면서도 보시라이가 고함을 지르면서 반발하는 장면은 내보내지 않았다. 왕쉬광이 아주 굳은 표정으로 판결 내용을 읽는 모습이나 법정 경위가 보시라이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는 장면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때문에 주심재판관은 보시라이에게 상소를 할 것인지 묻지도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이 23일 방청객의 말을 전하면서 드러났다. 보시라이는 주심재판관이 판결에 앞서 판결요지를 낭독하는 동안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홍콩 언론들은 판결 직후 보시라이가 법원에 항소했다고 전했다.
보시라이에게 무기징역에 정치권리 종신 박탈까지 선고한 것은 그의 재기를 근원적으로 막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담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보시라이에 대한 판결을 재가했다”며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반대파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벌백계(一罰百戒)’라고 표현했다.
이제 극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한 보시라이가 정치 무대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진핑을 정점으로 오는 2022년까지 집권할 5세대 지도부와 그 뒤 10년 동안 지속될 6세대 지도부까지는 중국 정치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64세인 보시라이는 20년 뒤면 80대 중반에 이르게 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문화혁명 뒤 재기한 것도 70대 때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정치 판도가 크게 바뀐다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시라이는 법정을 떠난 뒤 고위급 정치범 수용소인 베이징 친청(秦城) 교도소에서 호텔급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