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인질 살해” 위협… 구출 나선 케냐軍과 교전
입력 2013-09-23 18:16 수정 2013-09-23 22:58
케냐군이 테러범과 이틀째 대치 중이던 22일(현지시간) 나이로비의 쇼핑몰을 급습해 상당수 인질을 구조했다. 고립된 테러범들은 남은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며 다음날까지 군과 교전했다. 확인된 사망자는 69명으로 늘었다.
기습작전은 이날 일몰 직전 시작됐다. 무장 군인들은 쇼핑몰 상공으로 날아오른 헬기 1대에서 강하했다. 헬기는 쇼핑몰 지붕을 스칠 듯 가까이 접근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군인들은 폭발음과 함께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테러범들이 쇼핑몰에 난입한 지 약 30시간 만이었다.
케냐 국가재난센터는 당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 군이 이길 것”이라며 “이 상황은 오늘밤 끝난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현지 방송 KTN에 출연한 케냐 국방부 대변인 사이러스 오구나 대령은 인질 대부분을 구출하고 상가를 거의 장악했다고 전했다.
지상 4개층인 건물 안에서는 밤새 정적과 총성이 교차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쇼핑몰에서 다시 5분간 총소리가 이어진 건 다음날인 23일 통틀 무렵이었다. 이후 폭발음과 쇼핑몰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케냐 내무부 장관은 “테러범 2명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진압작전에는 이스라엘 특수부대원이 참여했다고 AFP통신과 CNN 등이 전했다. 총참모부 직할 ‘사이렛 마트칼(Sayeret Matkal)’로 확실시되는 이 특수부대는 케냐 군경에게 사건 현장을 철저히 봉쇄토록 하고 케냐군 특공대가 재빨리 사건 현장을 장악하게 하는 등 진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가 벌어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내 상점 상당수가 이스라엘인 소유다.
쇼핑몰에서는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케냐 적십자사는 이를 포함해 22일 밤까지 최소 69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실종자는 63명으로 집계했다. 쇼핑몰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약 1000명이다.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이 10명 미만으로 전해졌다.
인질극을 주도한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 조직 알샤바브는 이슬람 극단주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쇼핑몰 안에 있는 이슬람 전사들에게 인질들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알샤바브의 소식통은 CNN과의 통화에서 트위터에 이름이 오른 9명 중 테러 가담자가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 9명의 국적은 미국 3명, 소말리아 2명, 영국·캐나다·핀란드·케냐 각 1명이다. 데일리 메일은 용의자 가운데 2005년 런던 지하철 자살폭탄 테러사건 주범의 부인인 사만다 루스웨이트(29)가 이번 테러의 주범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의를 표하면서 “미국은 이번 공격을 벌인 범죄자들을 상대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케냐의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하원 지식위원회 소속 피터 킹 공화당 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알샤바브가 최소 40∼50명의 소말리아계 미국인을 훈련시켰다며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거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