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에 스러진 남녀 독거노인

입력 2013-09-23 18:05

철로에 떨어진 60대 여성 독거노인을 구하려던 70대 남성 독거노인이 열차에 함께 치여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3일 오전 8시13분 부산 부전동 부전역에서 800m쯤 떨어진 동해남부선 철길에서 독거노인 이모(63·여)씨와 박모(70)씨가 포항발 부산행 무궁화호에 치였다. 이 사고로 박씨는 머리·옆구리 등을 심하게 다쳐 현장에서,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각각 숨졌다.

안모(32)씨 등 목격자들은 “철로에 떨어져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씨를 본 박씨가 철길로 뛰어들었고 이씨를 부축해 밖으로 나오려다 열차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철길 근처에서 거주하며 홀로 사는 이씨와 박씨는 옆집에 사는 이웃으로 평소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부산진경찰서 이노구 서장은 “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박씨가 이씨를 보호하려고 이씨를 감싸며 열차에 부딪쳐 충격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철로변 3m 언덕 위에 고추 파 등을 심어 놓은 이씨의 텃밭이 있는 점으로 미뤄 이씨가 이곳에서 일을 하다가 철로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