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간부 2명 공소 제기하라”
입력 2013-09-23 18:05 수정 2013-09-23 22:38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 법원이 공소를 제기토록 결정했다. 두 사람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정치·선거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6월 원 전 원장을 기소하며 이 전 차장 등 국정원 간부와 직원 5명에 대해선 “상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기소를 유예했고, 이들을 고발했던 민주당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23일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을 기소토록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다.
재정신청은 고소권자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기소 여부를 직권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건 두 사람에 대해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의 직위와 가담 정도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나머지 직원 3명은 상급자 지시로 가담한 점을 참작해 재정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재정결정서를 받으면 ‘지체 없이’ 담당 검사를 지정해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번 주 안에 두 사람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조사한 부분이라 기소에는 문제가 없다”며 “원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댓글 작업이 정치·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방향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원 전 원장 재판에는 댓글 사건 당시 오피스텔에서 경찰 등과 대치했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경찰조사 당시 국정원 이모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외부 조력자 이모씨와 만난 시점을 허위로 진술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수사 상황이 언론에 많이 노출됐었다”며 “검찰에서 바로잡으려 했고, 상부의 의사결정이었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외부 조력자 이씨를 지난해 두세 번 만나 인터넷 아이디를 만들어줬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에선 “지난 1월 처음 만났다”고 번복했다.
김씨는 ‘곽노현 교육감 선고’ 등의 이슈에 대해 ‘원장님 말씀’에 따라 비판적 게시글을 작성한 사실도 시인했다. 또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글에 팀원들이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이 “오피스텔에서 왜 (컴퓨터의) 메모글을 삭제했냐”고 묻자 “최소한의 보안 조치였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