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출구전략 가시화에 복잡해진 가계대출 셈법

입력 2013-09-23 18:03


정부의 8·28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돌자 직장인 김호영(38)씨는 최근 주택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 보증금에 2억원을 대출받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정금리 대출이냐, 변동금리 대출이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자니 당장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대출을 받자니 향후 가파르게 오를 금리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23일 “최근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면서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기준금리 격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난 17일 3.15%를 기록, 지난 3월에 비해 0.74% 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적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대 후반에서 최대 연 5%대(비거치식·10년 만기 기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7월 말 기준 23.0%로 6월 말(23.2%)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낮아진 것은 26개월 만이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인 코픽스 금리는 같은 기간 3.38%(잔액 기준)에서 3.02%로 하락했다. 이는 시중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지수화한 코픽스 금리의 특성 탓이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대폭 낮춘 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자금을 쌓아두면서 조달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도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단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지는 3년 뒤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방안이 첫째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데다 금리 역시 조금씩 상승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예정인 만큼 일단 3년간은 이자를 적게 내는 게 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하나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방안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 금리가 ‘널뛰듯’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어 자칫 이자 비용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초보다 다소 올랐다 하더라도 여전히 연 4%대로 낮은 수준이어서 안정적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변동금리 대출이, 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