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대학생 창업 멘토링… 독일식 ‘실습기업’ 첫 실험

입력 2013-09-23 18:04


‘대학생 A씨는 등교하면 강의실 대신 사무실로 간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유기농 화장품 제조회사 에어 코스메틱스 설립에 참여했다. 이 회사의 재무회계를 맡은 그는 매일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영업·구매 송장과 전표를 관리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직원의 급여를 산정해 지급하고 회사의 현금 잔고를 체크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다음 주로 예정된 이사회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재무·회계 결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서 며칠째 야근을 하고 있다. 이렇게 회사 업무를 진행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서 파견한 회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아직 학생이지만 그의 생활은 이미 회사원이다.’

A씨 이야기는 독일의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국내에선 이달 말부터 군산대 캠퍼스에서 실제로 벌어질 학생들의 생활상을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만드는 실습용 가상기업에 대기업이 참여해 직무능력 향상과 창업을 돕는 ‘인터내셔널 펜(International Practice Enterprise Network)’ 프로그램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인터내셔널 펜 프로그램은 1997년 독일에서 시작돼 국제적인 직업교육제도로 자리 잡았다. 현재 세계 42개국에서 7200여개 실습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애플, 메르세데스-벤츠, 시티그룹, 마이크로소프트, 바디숍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아시아에서는 2007년 중국이 처음 도입해 베이징 상하이 등 18개 지역에 120여개 실습기업이 있다. 중국 대학생 8만명이 이 교육을 받고 사회로 진출했다. 2010년 이 제도를 도입한 말레이시아 우타라 대학에서는 참여 학생 100여명 중 30여명이 창업에 성공했고 60여명은 취업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코리아 펜’이 설립되면서 아시아 세 번째 도입국이 됐다. 군산대는 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9월 말부터 12월까지 비즈니스 영어 등 직무능력 기초과정을 강의한 뒤 겨울방학 기간인 1월 한 달간 실습기업 실무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멘토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이 참여할 예정이다. 각각 ‘스마트 일렉트로닉스’와 ‘에어 코스메틱스’라는 실습기업을 지도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교육 인력을 파견키로 했다.

군산대 실습기업센터장 김성환 교수는 “현장실습 기회가 적은 인문사회과학 전공 학생들에게 실습기업 활동이 유용할 것이라 판단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실습기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실제 기업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된다. 리셉션부터 일반 사무, 인사, 영업, 재무회계,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부서에서 순환근무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습 내용도 비즈니스 예절부터 계약서 작성, 전표 관리, 이사회 개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다. 7000여개 해외 실습기업과 연계해 글로벌 비즈니스 체험도 할 수 있다.

코리아 펜 김민정 대표는 “오너십이 강한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실습기업을 통해 기업 경영을 경험한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기업도 원하는 인재를 더 쉽게 채용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