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에버랜드에 ‘패션’ 넘기고 첨단소재 올인”

입력 2013-09-23 18:05 수정 2013-09-23 22:49


제일모직이 59년 ‘모태사업’이었던 패션을 버리고 글로벌 소재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은 삼성에버랜드가 맡는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에버랜드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이다.

제일모직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을 이관할 예정이다. 모직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돼 추후 사명을 바꿀지도 관심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은 59년 만에 전자·재료 등 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1954년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후 80년대에는 패션사업, 90년대에는 케미컬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했다.

제일모직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삼성SDI·삼성코닝정밀 등 5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수원 전자소재 연구단지 조성에 참여했고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그 결과 2012년 현재 소재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소재사업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전자재료, 케미컬 등 IT 소재사업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패션사업을 양도함으로써 소재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1조500억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제일모직은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 투자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도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그동안 삼성에버랜드는 외식사업인 FC(Food Culture) 부문과 건축·토목·조경·부동산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E&A(Engineering & Asset) 부문, 레저 부문을 사업 분야로 갖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 3조300억원 가운데 FC 부문이 1조2000억원, E&A 부문이 1조3000억원, 레저 부문이 3500억원이다. 제일모직의 지난해 패션사업 부문 매출이 1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넘어오는 패션이 기존 부문을 제치고 삼성에버랜드 최대 사업이 되는 것이다.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는 패션사업을 가져오면서 외식, 리조트와 함께 의·식·주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에버랜드가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해 아웃도어·스포츠·패스트 패션 등에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도 “패션은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