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리즘 시대] 스페인·그리스 자국 영향 의식 독일보다 더 많은 관심 보였다
입력 2013-09-23 17:59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이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은행연합(Banking Union)’과 같이 선거 뒤로 미뤄졌던 유럽연합(EU)의 핵심과제가 탄력을 받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자국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당사국인 독일보다도 선거결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총선 기간동안 선거이슈는 최저임금 도입 여부 및 가족정책이었다. 그리스 등의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재정지원 등은 메르켈 총리가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일부러 다루지 않았다. ‘그리스’란 말이 금기어에 해당될 정도로 독일 유권자들은 남유럽 국가에 대한 재정지원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실제로 EU관리들은 핵심정책 논의를 총선 뒤로 미룬 채 결과만을 기다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승리하면서 금융위기 재발을 위한 EU의 각종 정책은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금융위기 재발과 금융구조 개혁을 위한 은행연합은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은 은행단일감독기구(SSM)를 설립한 뒤 부실은행을 일관되게 처리하는 ‘단일정리체제(SRM)’를 구축하고 단일예금보장 체제를 마련하는 방식의 3단계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EU는 SSM을 설립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SRM구축은 그동안 독일이 선거를 의식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가 지체됐다. 총선이 마무리된 만큼 SRM구축 역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그동안 그리스에 대해 추가 금융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채무탕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페인 역시 독일의 움직임에 민감해하고 있다.
스페인 유력 언론인 엘 파이스는 “유럽에 매우 중요한 선거로 독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관심을 모은 선거”라면서 “긴축 중시의 (독일)입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