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리즘 시대] 메르켈·대처 닮은 점… 끈기로 유럽 강국 이끌어

입력 2013-09-23 17:58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판 철(鐵)의 여인’으로 불릴 정도로 마거릿 대처(사진) 전 영국 총리와 자주 비교된다. 유럽에는 여성 지도자가 많지만 유난히 두 사람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유럽의 강국으로 꼽히는 영국, 독일에서 여성 최초로 최고지도자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두 여성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끈기와 뚝심으로 권력 쟁취에 성공한 우파 여성 정치인이란 점에서 닮았다. 시골 작은 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난 메르켈 총리는 1990년대 여러 장관직을 거쳐 2000년 4월 보수적인 기독민주당(기민당)의 첫 여성 당수가 됐다. 자신을 ‘정치적 양녀(養女)’로 부를 정도로 끈끈한 관계였던 헬무트 콜 전 총리가 같은 해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리자 공개적으로 콜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는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대처 전 총리도 넉넉지 못한 식료품 가게의 딸로 자라나 1959년 정계에 입문, 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그는 만성적인 파업과 높은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 ‘영국병’을 고치는 데 앞장서 경제 부흥을 이끌었다. 82년에는 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고, 미국과 협력해 냉전을 붕괴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소신을 꺾지 않는 강인함이 두 여성을 남성보다 뛰어난 지도자로 만들었다. 대처가 80년대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일 때 반대편에서 선회하라는 성화가 들끓자 남긴 유명한 말이 “여성(나)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였다. 메르켈은 대처와 비교되는 걸 질색했지만 이 명구는 자주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대처 전 총리가 ‘외강내강(外剛內剛)’이라면 메르켈 총리는 ‘외강내유(外剛內柔)’란 점에서 다른 면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좌파와 연정을 구성하는 등 반대세력과 타협하는 화합형 지도자란 평이 많다.

2000∼2012년 핀란드를 이끈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노르웨이에서 세 번이나 총리직에 오른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총리 등도 유럽 정계의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