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리즘 시대] 기민·기사당 과반 의석 실패, 연정 구성 험로 예고
입력 2013-09-23 17:58 수정 2013-09-23 22:35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연합의 압승으로 3선 연임이 확정됐다. 2017년까지 새로운 4년 임기를 마치게 되면 총리 재임기간은 12년으로 11년 동안 총리를 지낸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능가하는 유럽 내 최장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역대 독일 총리 가운데 3선에 성공한 인물은 초대 콘라트 아데나워와 독일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 그리고 메르켈뿐이다. 하지만 기민-기사당 연합은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앞으로 연립정부 구성을 두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연정 구성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실패=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41.5%다. 확보한 의석수는 311석으로 전체 630석의 과반인 316석에 5석이 모자란다. 특히 자유민주당(FDP)이 1949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득표율 5%에 못 미쳐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서 보수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졌다.
이에 비해 사회민주당(SPD)은 25.7%의 득표율로 창당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성적으로 192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여전히 제1 야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사민당은 8.4%의 득표율로 63석을 확보한 녹색당과 8.6%의 득표율로 64석을 얻은 좌파당 등과의 연합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연정 구성 난항 예고, 결국 파트너는 사민당이 될 듯=이제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파트너를 물색해야 하지만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과거 연정 구성에 소요된 최장시간은 1976년 사민당이 자민당과의 연정 구성까지 걸린 73일이다. 가장 최근 대연정 논의가 있었던 2005년에는 65일이 소요돼 독일의 연정 구성 기간은 평균 37일이다.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을 위해서는 제1야당인 사민당과 녹색당 중 한 곳을 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에 우선 대연정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사민당 내부에서 대연정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사민당이 즉각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사민당은 부유층 세금 인상을 주장하고 메르켈 총리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등 이견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녹색당보다는 사민당이 대연정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2005년 총선 이후에도 메르켈 총리와 사민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부총리 겸 외무장관 체제로 대연정이 구성된 전례가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