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생 공약’ 전면 재조정 불가피

입력 2013-09-23 17:53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제·민생 공약이 조금씩 후퇴하며 사실상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제민주화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솔직하게 현실을 알리고 ‘공약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든다”며 “국민들께 재정 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 세대 좋다고 후대에 빚더미를 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공약 재검토 요구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공약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한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이다. 정부는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으로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한다는 ‘공약 가계부’까지 내놓으면서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와 원칙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세수가 10조원이나 부족할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유럽발 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 우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겹치며 무작정 정부 재정에 기대 공약을 자구 그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위기 상황의 최후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초노령연금 축소 논란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애초 모든 공약을 이행하기는 불가능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차제에 핵심 대선 공약들을 현실에 맞게 대폭 조정·축소해야 한다는 출구전략 논의도 물밑에서 한창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는 공약의 우선순위와 사업시기 조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수 부족이 만성화될 경우 증세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