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리즘 시대] ‘무티 리더십’ 선택한 독일

입력 2013-09-23 17:52 수정 2013-09-23 22:12

독일은 ‘무티(Mutti)’를 원한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압승으로 결과가 굳어진 직후 나온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온라인 기사 제목이다. 무티는 독일어로 ‘엄마’라는 뜻으로 메르켈 총리의 별명이기도 하다.

13년 전인 2000년 4월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CDU)의 첫 여성 당수가 됐을 때만 해도 메르켈 총리의 시대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기독교사회당(CSU) 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41.5%의 득표율은 헬무트 콜 총리가 독일 통일 이후 2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얻은 43.8%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총선에서 정책보다는 메르켈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이로 인해 독일 언론들은 총선 결과를 ‘메르켈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메르켈 공화국’(슈피겔), ‘메르켈리즘의 도래’(쥐트도이체 자이퉁) 등의 제목을 달았다. 선거 당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지지도는 80%에 달했다.

무엇이 메르켈 총리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지도자’로 만들었을까. 메르켈의 지도력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무티 리더십’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엄마처럼 원칙을 고수하면서 따뜻함을 잃지 않는 배려와 포용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 신중함과 안정감이 가미된 실용주의도 메르켈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이다.

미국 현대독일학회 잭슨 제인스 회장은 “양 극단의 주장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화합을 이끌어내고 합의에 기초한 통치 스타일이 메르켈 총리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그리스, 스페인 등 부채 위기국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독일 납세자들에게는 큰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하면서 ‘독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좌파의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실용적인 면모도 과시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신봉자였던 메르켈 총리는 원자력 발전소 폐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밖에 징병제 폐지, 가정복지 강화, 양성 평등정책 등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의 핵심 주장을 전격 수용했다. 슈피겔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전격 수용하면서 야당의 설자리는 사라졌다”고 평했다. 실험실에서 청춘을 보낸 물리학자 출신답게 정책 입안과 수행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메르켈 총리의 특징이라고 CNN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