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액 기부 천사들이 기적 만든다
입력 2013-09-23 17:41
서울 영등포역 앞 쪽방촌의 요셉의원에 소액 기부 천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이웃을 위해 설립된 요셉의원의 고(故) 선우경식 초대원장이 생전에 후원자 3000명을 희망했지만 이미 6000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후원자의 80%가량이 월 1만원 이하인 소액 기부자라는 사실이 주변을 훈훈하게 한다.
한 달에 1만원 안팎의 돈을 기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부하는 이들에게는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불우 이웃들에게는 큰돈이 될 수 있다. 북한 아프리카 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두 끼 식사비를 아끼거나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만 해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산재해 있다.
미국 기독교인의 99%가 지난해 돈·물품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여론조사 업체는 미 기독교인이 특별히 부유해서 기부를 많이 한 것이 아니라 자족감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부·봉사활동이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기부활동은 아직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우 이웃을 내 몸같이 도우려는 나눔의 정신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용하지 않는 단체나 기관들의 일탈 행위도 기부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부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는 조세정책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밑에만 반짝 기부 행렬에 나서지 말고 사계절 내내 소외 이웃을 보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지식이나 기술을 함께 나누는 재능기부, 불편한 이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자원봉사도 금품 기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양한 기부활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기부금으로 활동하는 기관과 단체는 뼈를 깎는 자세로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세금이 최선의 기부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