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수순] 돌아온 민주당, 국회선진화법 카드로 원내투쟁 태세
입력 2013-09-23 17:40 수정 2013-09-23 22:34
개점휴업 상태였던 정기국회가 23일 민주당의 원내복귀 결정으로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내투쟁을 선언하면서 정기국회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여당에는 골칫거리지만 야당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회 선진화법에 정기국회의 운명이 달렸다.
◇민주당, 국회 선진화법 고리로 강력한 원내투쟁=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전면 참여를 결정한 데는 민생을 살피라는 여론의 압박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회 선진화법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말한다.
우선 재적 3분의 1 이상이 쟁점 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 여야 동수로 위원회가 구성돼 90일간 논의할 수 있다. 민주당이 석 달 동안 안건 처리를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 간 합의 없이는 정기국회 회기 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선진화법은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양보를 받아내는데 큰 위력을 발휘했다.
과거 날치기 수단이 됐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에만 가능해 사실상 봉쇄돼 있다. 안건신속처리제도가 있지만 재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의장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후에도 각 상임위와 법사위의 심사기일을 채우려면 최장 270일을 기다려야 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은 제1야당 국회의원들의 비상한 원내투쟁을 통해 진정한 야당성이 어떤 것인지 보게 될 것”이라고 결기를 다졌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회 선진화법을 악용한 발목잡기를 경계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으로 인해 제1야당의 협력 없이는 법안 처리를 포함해 국회 운영에 있어서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라며 “야당이 상생의 선진적인 정치문화 확립을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을 악용한다면 결국 그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기국회 정상화…여야 의사일정 협의 착수=여야 원내 지도부는 전년도 결산심사,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새해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의사일정 협의에 착수했다. 국감 기관보고 준비나 증인·참고인 출석 등에 2주일가량 걸리고 10·30 재·보궐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국감은 이르면 다음달 7일, 늦어도 다음달 중순 전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정부 질문과 별도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및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표명에 대한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을 추진키로 했다. 장외투쟁과 3자 회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민주당이 원내에서 다시 불씨를 지피겠다는 전략이다.
정기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여야는 곳곳에서 대선 복지공약 수정의 책임과 재원 마련 대책, 세법 개정안, 경제민주화 후퇴 등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공세적인 원내 활동을 통해 야성(野性)을 드러냄으로써 수권정당의 면모를 과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의원들이 정기국회 기간 국회에 상주하며 밤이건 새벽이건 집단토론과 소모임을 자주 가질 것”이라며 “‘24시간 열공’ 모드로 원내투쟁의 새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도 “원내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실정과 민주주의 파괴를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전국 순회 장외투쟁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김재중 정건희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