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척추질환의 주사치료

입력 2013-09-23 17:18


허리 통증이 심하고 그 통증이 아래쪽으로 뻗쳐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엉덩이와 다리가 늘 뻐근하지만 수술 받기가 두려워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주부 나모(57)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나씨는 집안일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찾은 병원에서 허리디스크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도 한참 동안 수술을 미뤄왔다고 필자에게 털어놨다. 당시 그녀는 대입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딸을 계속 뒷바라지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렇듯 나씨처럼 수술이 필요한 요통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를 잘 받고 집안일도 평소처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왜 없어?’이다. 소위 ‘주사치료’란 비(非)수술요법 시술을 받으면 당일 귀가, 곧바로 일상생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속칭 허리디스크의 진짜 병명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척추 뼈 사이에서 체중을 흡수하고 척추 뼈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프링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노화에 의한 변성이나 사고에 의한 충격 등으로 섬유륜 테두리를 뚫고 나와(탈출)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자극하는 병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보통 허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점차 엉덩이 부위가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끼면서 한쪽 다리가 저리며 당기듯이 아프고 감각도 둔해지다가 발꿈치 뒷면과 새끼발가락 바깥 부위까지 저리게 됐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 먼저 수술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척추질환의 대부분은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바로 약물이나 간단한 시술로 염증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 해주면 낫는 경우가 십중팔구에 이른다.

비수술요법의 첫 단계는 진통제를 복용시키고, 그 다음 단계는 주사치료의 일종인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을 시술하는 형식이다.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주로 진통제를 1주일 이상 사용해도 효과가 없고,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수술 대신 사용되는 치료법들이다.

신경차단술은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탈출 조직에 국소마취제나 염증감소제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가는 바늘만 이용해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10분 이내에 시술이 끝나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 보통 한두 번의 주사만으로 허리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 통증이 해소되는 경우가 70∼80%에 이를 정도로 효과가 좋다.

신경성형술은 이와 달리 꼬리뼈 쪽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만 국소마취를 한 뒤 1㎜ 굵기의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 허리를 쓸 때 신경을 건드리는 조직을 긁어내거나 약물로 녹여 없애는 치료법이다. 역시 시술 시간은 10∼15분 내외로 짧고, 당일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가능하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