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강문희씨는… LG·삼성 근무했던 커리어우먼

입력 2013-09-22 22:07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테러 공격으로 숨진 한국 여성 강문희(38)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LG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케냐에 오기 전 두바이에선 삼성전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다 영국인 남편의 전근으로 케냐로 와서 중단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영국 정부 주관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강씨는 지난 5월 케냐에 도착해 집을 구하기 전까지 한 달간 남편과 나이로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 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L씨는 “강씨는 항상 게스트하우스 뜰에 나와 책만 보던 학구파였다”며 “컴퓨터공학을 공부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던 수재로 기억한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특히 사건이 있던 날 강씨는 L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언니 잠깐 쇼핑하고 점심 먹으러 갈게”라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L씨는 “이게 마지막 통화가 되고 말았다”며 “강씨가 부상을 입은 직후 병원에 갔더라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씨의 시신도 L씨가 직접 확인했다. 강씨의 시신은 왼쪽 다리에 총탄과 수류탄 파편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3군데가량 나 있었고, 등과 손가락 등에도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는 등 피투성이였으나 얼굴은 식별 가능한 상태였다고 그는 전했다. 강씨의 남편 닐 사빌씨는 어깨와 다리 등에 3군데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강씨의 아버지는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 빨리 케냐로 가 딸을 확인하고 싶다”며 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