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째 믿음의 가족 신앙은 조건없는 절대순종”… 103세 한국 교회사 산증인 방지일 목사
입력 2013-09-22 19:13 수정 2013-09-22 19:33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 오후. 성도교회 철원수양관에 들어서자 작지만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장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말씀을 전하고 있었다.
“신앙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에요. 믿음은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내 것을 섞거나 조건을 달면 안돼요. 조건 없는 절대 순종, 이것이 하나님께 은혜 받고 축복받는 비결입니다.”
말씀을 전한 주인공은 ‘한국교회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방지일(영등포교회) 원로목사였다. 우리 나이로 103세인 방 원로목사가 17일부터 2박3일간 인도한 ‘추석맞이 가족캠프’는 동네 사랑방처럼 정겨웠다. 함께 빈대떡을 부치고 십자수 팔찌를 만들고 윷놀이,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면서 우애를 돈독히 했다. 남자 어른들은 남은 그릇을 깨끗이 설거지했다. 이 자리에는 방 목사의 조카인 방선기(이랜드 사목) 목사 부부, 방선오 장로 부부, 방선권 (호서대교수) 장로 부부와 그 자녀 및 손자 등 방 목사의 국내 가족들은 거의 다 모였다. 보기 드문 4대가 함께하는 가족 신앙수련회였다.
이날 모인 친인척 31명은 모두 신앙간증을 했다. 방 원로목사 동생의 여대생 손녀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과 관계가 친밀해져 기쁘다고 고백했다. 50대 조카며느리는 다리가 아파 고생했지만 건강까지도 하나님께 맡겼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새 힘을 얻었다고 간증했다. 일이 잘 돼 감사의 제목이 넘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큰 복을 주지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다”며 조건 없이 감사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시무했고, 1957년 공산정권에 의해 추방당할 때까지 21년간 중국 산둥성 선교사로 헌신해온 방 원로목사도 성경읽기와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간증했다. 그리고 나의 나됨은 하나님의 은혜이기도 하거니와, 116년 전 예수를 믿은 할아버지의 신앙덕분이라고 고백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조부의 부지런함과 신앙생활을 그대로 보고 자랐지요. 선친도 내가 5살 때 중국으로 선교하러 떠났고요. 이제 6대째 예수를 믿는 신앙가족이 됐네요. 가족들이 나누며 복음을 전하는 귀한 사역을 담당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가족캠프의 참가 조건은 방 원로목사 일가라는 점 외에, 창세기를 완독하고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방 원로목사가 내린 지침이다. 주제는 천지창조의 장면처럼 ‘그대로 되리라’로 정했다.
가족캠프는 2010년 7월 미국 뉴욕에서 방 목사의 100세를 축하해 모인 것이 시초다. 방 원로목사는 국내에서도 이런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해부터 추석맞이 가족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방 원로목사 가족은 은혜로운 설교와 간증을 녹취해서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이기었노라’(요 16:33)는 제목으로 책을 제작했다. 비매품이었지만 음식 만들기와 즐거운 놀이 사진까지 수록해 대대손손 귀한 유산으로 남을 것 같았다.
철원=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