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당 ‘예산 전쟁’

입력 2013-09-22 18:44

미국 공화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재정문제를 둘러싼 ‘벼랑 끝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양측이 해결을 미뤄온 내년 예산안과 ‘국가부채 한도 상향’이라는 두 문제의 데드라인(시한)이 겹쳤다. 조만간 정부 폐쇄(shutdown)와 국가부도라는 이중고가 거의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게 됐다.

미 하원은 20일(현지시간) 2014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0표, 반대 189표로 가결했다. 연방정부가 올해 12월 15일까지는 현재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가입자 등록이 시작되는 건강보험 개혁법안(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핵심 국정과제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과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예산을 폐기한 법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격렬한 예산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과반인 상원은 다음 주 하원의 잠정 예산안을 완전히 뜯어고쳐 존 베이너 의장에게 되돌려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1일 “다음주 초 이 예산안을 본격 심의하지만,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을 삭제한 예산안은 이미 폐기 처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이 이달 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대다수 연방정부 기관이 다음 달 1일부터 문을 닫아야 하며 법이 허용하는 극히 제한적인 지출만 가능해진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은 무려 17차례나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되는 사태를 겪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95년에는 21일간 정부 운영이 중단됐었다.

예산안 처리는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재정 전쟁의 1라운드일 뿐이다. 미국 정치권은 다음달 중순에는 16조7000억 달러인 국가채무 한도를 재조정하는 협상도 벌여야 한다. 이를 상향조정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즉 국가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