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불화’ 흔들리는 가정
입력 2013-09-23 04:30
가족과 친척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훈훈한 얘기꽃을 피워야 할 추석 연휴에 평소보다 50%나 많은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명절 스트레스’가 부부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든 결과였다.
추석을 앞둔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30대 남편이 시댁에 가지 않겠다는 아내와 다투다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추석 연휴 첫날 비행기로 제주도 시댁에 다녀오기로 했던 아내(34)가 “직장과 아이들 때문에 시댁 가는 게 부담스럽다. 혼자 가라”고 하자, 화가 난 남편(36)은 아내에게 휴대전화를 던지고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아내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서야 부부싸움은 진정됐다.
추석 전날인 18일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에는 가정폭력 신고 153건이 접수됐다. 19일 151건, 20일 133건, 21일 157건 등이었다. 평소 100건 정도이던 가정폭력 신고가 추석 연휴 기간에 40∼50% 증가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에 고향 가는 문제로 인한 다툼뿐 아니라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이다보니 대화하는 과정에서 재산문제 등으로 다투다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명절에 관계가 틀어져 이혼하는 부부도 많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과 추석 직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많았다. 지난해 추석이 있던 9월 이혼 건수는 9137건이었으나 직후인 10월에는 9972건, 11월에는 9915건으로 800건가량 껑충 뛰었다. 2008년엔 추석이 있던 9월 6704건에 불과했던 이혼건수가 10월 9603건으로 43.2%나 급증하기도 했다. 한 가정상담기관 관계자는 “명절 후에는 평소보다 이혼상담 신청이 많고, 실제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에 발생하는 가정 문제를 줄이려면 평소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하고 배우자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창현 가족문화연구원 소장은 “그냥 꿍하고 있다가 (명절 등의) 상황이 닥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관계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감이 있다”며 “평상시에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해야 할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더 다투는 경우가 많다”며 “기대치를 낮추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