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앞서 잠시 돌아선 美… “2014년초까지 불확실성 지속”
입력 2013-09-22 18:16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미뤄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증시는 반짝 상승을 나타냈지만 하루 만에 조정 흐름으로 돌아섰다. 우리 정부는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지만 국내 경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주요 시장 전문가들도 FOMC 직후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다가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양적완화의 축소 시기가 단지 연기된 것에 불과해 불확실성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FOMC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8일(현지 시간) 양적완화 출구전략 유보를 선언했고,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9일부터는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주식·채권시장은 약보합세로 돌아섰고, 신흥국 통화도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추 차관은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결과가 구체화되고 경제지표 개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12월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또는 내년 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가 되는 미국 경제 회복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은 이번 유예로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당장 신흥국 발 연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어서 강력한 개혁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위기의 불씨는 남아있게 된다.
게다가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시리아 사태, 유로존 위기 재부각 등 다른 위험요인과 맞물리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장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추 차관은 “한국이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흑자, 대규모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외채구조 개선 등 대외건전성 제고 노력을 지속하고 필요한 경우 기존의 거시건전성 조치들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상반기에는 중국경제 성장 둔화 우려 등 대외적으로 하방위험이 많았는데 하반기 들어 줄어들었고, 미국의 출구전략 등 남아있는 하방위험 요인도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수출도 늘어나고 있어 상반기보다 경기가 나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달리 오히려 해외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