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재생에너지 천국이 된 독일
입력 2013-09-22 18:20 수정 2013-09-22 22:33
‘죽음의 언덕’이 풍력·태양광 발전소로
독일 함부르크 북동부 지역 빌헬름스부르크에 있는 게오르그스베르더 에너지 언덕(Georgswerder Energy Hill). 이곳은 독일의 재생에너지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독일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하던 과거를 벗어던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에너지 언덕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했다. 높이 40m의 언덕 위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는 적당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올해 3월 완공된 산책로는 함부르크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손색이 없었다.
불과 20여년 전까지 이곳이 산업폐기물이 뒤덮인 죽음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1979년까지 이곳에는 함부르크 지역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 그리고 베트남전에 사용된 고엽제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마구잡이로 버려졌다.
함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평지인데 이곳은 산업폐기물이 쌓이고 쌓여서 ‘인공 산’이 됐다. 폐기물이 쌓인 면적은 45만㎡에 달했다. 83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이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오염된 땅으로 버려졌다. 함부르크 주정부와 시민들은 이곳을 다시 살리기로 했다. 오염 지역을 완전 밀봉하고 오염물질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지하수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등 죽은 땅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리고 이곳을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만들어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에너지 언덕에는 2009년 태양광 발전 시설, 2011년 풍력발전기 3기가 들어섰다. 이 설비에서 나오는 전기는 인근 지역 4000가정에 공급될 정도의 양이다. 같은 해 일반인들에게 시설을 개방하면서 에너지 언덕은 함부르크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다.
독일은 2000년 재생에너지법(EEG)을 제정하면서 원자력과 화석에너지 의존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한 것이 EEG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안착시킨 나라가 됐다. 지난해 독일 내 전기·난방 등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2.6%였다. 전기 생산량은 22.9%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2022년까지 독일 내 17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키로 결정했다. 대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에 3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함부르크=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