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병영훈련 밤엔 대학공부… 군대 내 학점이수 6년새 5000여명 늘어

입력 2013-09-23 03:08


20기계화 보병사단 91포병대대 상병 황내현(22)씨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인터넷으로 ‘영화와 문화’ 수업을 들었다. 대구대 1학년을 다니다 입대한 황씨는 일과가 끝나는 오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병영 내 사이버 지식정보방을 이용했다. 수강료는 15만원 선. 이를 통해 황씨는 전역 후 2학점을 인정받게 된다. 황씨는 “취업 경쟁이 심해 군대 내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피곤하긴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50사단 501여단 소속 상병 편민범(24)씨도 지난 1일부터 일주일에 3번씩 ‘인터넷 시대의 성공전략’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듣는 3학점짜리 수업이다. 상지대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편씨는 “군대에서 학점을 따놓으면 복학 이후 자격증을 따거나 취업 준비를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현재 편씨 중대원 52명 중 20여명이 인터넷으로 학점을 따고 있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군대 내 학점이수’ 제도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방부가 2007년 군 장병의 지속적인 자기학습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군 장병은 연간 6학점(1학기 3학점) 내에서 인터넷으로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시행 첫해 참여대학은 6곳, 수강인원은 135명에 그쳤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올해 1학기엔 참여대학 93곳, 수강인원은 5219명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개설강좌도 55개에서 3225개로 급증했다.

‘군대 내 학점이수제’를 채택하지 않은 대학에서도 재학생들의 요구가 거세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2주간 ‘군대 내 학점이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선 ‘군 복무 중 학점이수 제도가 필요한지, 군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분반제가 필요한지’ 등을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400여명 학생 중 80%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연세대 총학 관계자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학점을 미리 따놓거나 입대 이후에도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설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 손주형 총학생회장도 “군대 내 학점이수 제도에 대해 학교 측과 협의 중”이라며 “군 입대를 해야 하는 1, 2학년 학생들이 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학점을 부여할 때 평가 기준이 애매하고 원격 강의를 맡겠다는 교수도 적기 때문이다. 서울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진짜 강의를 들었는지, 열심히 공부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수요는 있지만 수강생 관리나 강의의 질 등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했다. 사이버지식정보방 시설 건립과 관리 등 부대 내에서 신경 써야 할 문제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대 내 학점이수제는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군 장병과 사회를 이어주는 장치”라며 “대학과 국방부 차원에서 효과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