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가족에도 구원 손길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슬픈 일” 고향 못간 탈북민들의 간절한 한가위 기도

입력 2013-09-22 17:50


“하나님 아버지, 영적으로 얼어붙은 북한 땅이 녹아내리는 역사가 이뤄지도록 해주십시오. 주님의 넓으신 품안에 북쪽 사람들을 모두 감싸 안아 주십시오. 그리운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는 우리의 아픔을 보살펴 주옵소서.”

추석 연휴와 이어진 주일인 22일 서울 신정동 상가건물 4층의 새터교회(강철호 목사). 탈북민들이 섬기는 이 교회에 30여명이 모여 어느 때보다 간절한 주일예배를 드렸다. 귀성, 귀경 행렬을 보면서 복받치는 그리움뿐 아니라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돌연 연기됐다는 소식에 망향의 한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탈북민 이영주(가명·42·여)씨는 북한에 남은 아버지(75)와 남동생(39)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2010년 어머니와 남편, 아들과 함께 탈북했다. “탈북자들은 북에 남은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잘 못하는데…. 몸이 불편해서 일어서지도 못하시는 아버지와 탈북하려다 붙잡힌 남동생이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내기만을 기도합니다.” 그는 또 “북한에 남은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손길이 닿아서 모두 구원을 받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2003년 탈북한 최철영(가명·56)씨는 “남과 북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하루빨리 이산가족도 만나고 통일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모님은 내가 탈북한 뒤 고초를 겪다 돌아가셨다고 들었다”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형과 여동생이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이날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새터교회를 방문, 탈북민들을 위로했다. 전 감독회장은 “저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60여년 전 어머니 등에 업혀 피란을 온 탈북민”이라며 “어려운 가정을 일으키겠다며 여러 꿈을 키웠지만 결국 하나님 안에서만 회복과 치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 감독회장은 ‘주의 능력을 보이소서’라는 주제의 설교에서 “주님은 막대기 두 개가 하나님의 손 안에서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에스겔 선지자에게 보여주시지 않았느냐”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권면했다.

교계 전문가들은 남북이 하루빨리 대화 채널을 가동해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고조됐던 화해 분위기를 다시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자신을 배신했던 형제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용서했던 요셉과 같이 남과 북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회개하고 용서하며 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국장 이훈삼 목사는 “오랜 이산가족의 꿈이 좌절돼 심히 유감”이라며 “남북은 앞으로 강경 대결을 지양하고 신속하게 대화를 시작해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