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겸손한 종이 되겠습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6개월 만에 복귀 첫 주일예배 설교

입력 2013-09-22 17:49 수정 2013-09-22 19:48


“지난 6개월 간 성도 여러분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해드린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더욱 겸손한 종으로 교회 내실화와 제자훈련에 힘쓰겠습니다.” 논문표절 문제로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자숙에 들어갔다가 22일 사랑의교회 강단에 다시 선 오정현 목사는 성도들 앞에 용서부터 구했다.

오 목사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요한복음 13장 말씀을 본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포용하며 섬기는 성도가 될 것을 부탁했다. 그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나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변치 않는 사랑”이라며 “복음의 신비를 깨달은 크리스천으로서 예수사랑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형제를 감싸고 교회와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과 교회의 가치는 사랑의 크기에 있다”면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것처럼 은혜의 채무의식을 갖고 ‘끝까지 사랑’의 자세로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강조했다. 교회의 방향성이 정죄나 비판이 아닌 절대불변의 사랑에 의한, 새로운 차원의 갈등 승화에 있다는 뜻이었다.

성찬식 집례를 위해 19명의 장로들과 강단에 선 오 목사는 손을 잡고 “사랑의 전사(戰士), 치유의 일꾼으로 일할 수 있도록 치유의 은혜를 부어 달라”고 간구했다.

예배를 마친 박태철(57)씨는 “사람은 누구나 불편한 진실, 모순을 갖고 있는데 이번의 고통은 교회가 성숙해가는 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한국교회가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사랑의교회 마저 밀린다면 복음전파의 역할을 수행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교회가 분명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예배 참석을 위해 40분 전부터 줄을 서고 있던 윤모(19·여)씨는 “성도 중엔 오 목사님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밖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요동이 없다”면서 “새 성전에 들어가면 이렇게 기다리는 일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웃었다.

우려했던 예배 과정에서의 충돌은 없었다. 오 목사는 이날 2∼6부 예배를 인도했으며 성도들은 예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30m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 계단까지 꽉 들어찬 성도들은 오 목사가 등단하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일부 성도는 ‘옥한흠 목사의 영적 아들이라면 사임해야 한다’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평신도 리더와 순장, 교구장 등으로 구성된 평신도협의회와 당회서기, 사역장로회장은 ‘교회 개혁·갱신을 위해 오 목사와 함께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평신도협의회는 교회 외벽에 ‘오정현 담임목사님의 복귀를 환영합니다’는 대형 플래카드도 부착했다. 교회는 오는 11월 말 서울 서초동 새성전 입당에 맞춰 제2기 사역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