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상봉 연기 파장] 금강산 회담 안먹히자 돌변… 南 대화 주도에 군부 불만도

입력 2013-09-22 17:27

북한이 3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불과 나흘 앞두고 전격 연기한 뒤 남측을 잇따라 비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은 5월을 기점으로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관계개선에 주력해 왔다. 특히 개성공단 및 이산가족 상봉 회담 등도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북측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 이유가 주목된다.

북한이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21일 밝힌 이산가족 상봉 행사 및 금강산 관광 회담 연기 배경은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평통 성명은 “남한 정부가 최근 북남관계 진전의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다”고 지목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 사건을 우리(북측)와 억지로 연결시켜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 듯이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 회담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내부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성명에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 누구의 돈줄이니 뭐니 하고 중상하는가 하면” “괴뢰들이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 관광 회담” 등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불편한 심기가 곳곳에서 표출됐다.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앞서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 개최를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상봉 후 회담 개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제기해 놓은 금강산 관광 회담 시점은 다음달 2일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9월 25∼30일)가 끝난 뒤다. 더욱이 우리 정부는 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 건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 관광 재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북측이 돌연 상봉 연기를 통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최근 대화국면을 남측이 주도하는 데 대한 북측 군부의 불만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발표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꿔보려는 북측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미다.

북한은 22일에도 정부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사태 책임을 우리 측 탓으로 돌렸다. 조평통은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에 대한 반감과 악의를 선동해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반민족적 기도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