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상봉 연기 파장] 인도적 교류 ‘정치이슈’에 발목…재개까지 진통예상

입력 2013-09-22 17:27 수정 2013-09-22 22:24

북한이 정치적 이유를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상봉이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북한의 연기는 이산가족과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의혹 사건을 상봉행사 연기의 한 이유로 든 데 대해선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정부는 전날에도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측은 말로만 민족 단합을 강조하며 국민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실질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상봉에 조속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금강산에 파견된 우리 측 사전 선발대와 시설점검 인력 등 75명을 오후 모두 철수시키는 등 단호하게 대처했다. 선발대를 이끈 대한적십자사 박극 과장은 “행사 준비는 거의 다 끝난 상황이었다”며 “정치적으로 연기된 데 대해 (북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만 따로 열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른 시일 내 상봉 재개는 힘들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분위기가 가볍지 않다”고 했다. 이전에도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했을 때마다 재개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제4차 이산가족 행사가 추진된 2001년 북한은 미국의 9·11사태 이후 남한에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졌다며 일방 연기한 뒤 2002년 4월 14개월 만에 상봉 행사를 재개한 바 있다. 2004년 7월 제10차 상봉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1년에 두 차례 이상 열리던 이산가족 만남이 1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발표한 직후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배경 및 향후 조치 등을 논의했다. 추석 연휴 기간 청와대에 머물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도 곧바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무산에 대해 누구보다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상설 면회소 설치 합의를 이끌어낼 정도로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16일 재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은 계속 정상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23일에도 우리 측 인원 704명의 입경이 예정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은 우리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성명에서) 전혀 언급이 안 됐지 않느냐”며 “예정대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은 피했고 우리 측도 반박 성명에서 거론하지 않았다.

남북은 개성공단 공동위 사무처 개소를 위한 실무협의를 24일 개최하고, 이번 주 중 공동위 산하 통행·통신·통관(3통)분과위원회와 출입체류분과위 회의를 열기로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