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포괄적 유감 표명으로 정상화 길 트자

입력 2013-09-22 19:19

싸움 접고 민생 살피라는 게 한가위 민심이다

닷새간의 짧지 않은 한가위 연휴가 끝났다. 오랜만에 나눈 가족과 친지의 정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며 평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게 명절 후의 일상적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연휴 뒤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꽉 막힌 귀경길 만큼이나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야는 22일 한가위 민심을 확인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전한 민심은 완전 딴판이다. 새누리당은 ‘조속한 국회정상화’가 한가위 민심이라는 반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민심을 확인했단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추석 민심을 보니까 국정원 문제로 그만 싸우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라는 질책이 한결같았다”며 “민주당은 조속히 국회에 들어와 실종된 민생을 살피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민심을 네 자로 정리하면 ‘대실대불’로 추석 대목 경기는 실종됐고 대통령은 불통이었다”면서 “대실대불의 현실에서 민심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싶어 하는 실망과 성남을 보였다”고 새누리당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민심은 한결같은데 양당은 아전인수 해석으로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가위 밥상의 화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으로 압축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이라 여론도 갈렸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들 사건이 추석 민심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20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60.9%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고였던 지난 11일의 69.5%에 비해 8.6% 포인트 하락한 수치이긴 하나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같은 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6개월 때의 65.8%와 비슷한 66.0%로 나온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이들 사건으로 얻을 만큼 얻었고, 잃을 만큼 잃었다는 얘기다. 더 이상 갑론을박해 봐야 양쪽에게 플러스 될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주당이 국회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외투쟁과 병행한다는 조건을 달아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국회 참여 여지를 남겨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줄만 하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이 푸는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야권의 장외투쟁이 계속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식의 전투적 화법은 정국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정권 일로 사과 요구는 무리”라고 일축만 할 게 아니라 개인 박근혜가 아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국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포괄적 유감 표명 정도는 해도 흠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