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공약 못 지켜 장관이 물러나는 일 없어야

입력 2013-09-22 19:05 수정 2013-09-22 19:13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폐기하는데 따라 주무장관이 물러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초연금 공약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현행 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최고 9만원가량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해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이상 지급하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45.1%로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초연금 도입 당위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덜컥 시작했다가 재정이 부족해 기초연금 제도를 중단하게 되면 시작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공약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26일쯤 소득하위 70%에게 소득이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최고 20만원 한도에서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기초연금 공약 수정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선 처음부터 재원과 경제 전망,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촘촘하게 복지정책을 짜야 함을 보여준다. 국민소득 3만 달러도 되기 전에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복지 혜택만 누리겠다는 것은 후세대들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이 기회에 예산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놓인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5년간 135조원의 공약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무리임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 재정이 감내하는 수준에서 복지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그런 후에 더 필요한 복지정책이 있다면 증세를 하더라도 선택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장관 한 명을 교체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국민들은 사탕발림 공약을 내거는 후보에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현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