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내 안의 보석 찾기

입력 2013-09-22 19:04


“인생의 바닥을 쳤을 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저에게 ‘표창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했어요.” 며칠 전 TV를 시청하던 중 ‘가장 절망적일 때 자신을 끌어올린 것이 스스로 격려한 표창장’이었다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깊이 공감했다. 몇 해 전 가을, 소그룹에서 자신의 장점 50가지를 써서 나눈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내 안의 보석 찾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어휴! 어떻게 50가지나 써요?” “아! 그것 참 재미있겠네요.”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이들에게 한 사람이 쓴 글을 읽어 주었다.

“1. 기도 노트가 있다. 2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다. 3. 피아노로 찬송가 15곡은 칠 수 있다. 4. 편지를 잘 쓴다는 말을 일곱 번 이상 들었다. 5. 모차르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 6. 온 세상을 만든 이가 내 아버지다. 7. 약과를 잘 만든다. 8. 화분 일곱 개를 잘 키우고 있다.…”(‘MH’ 의 장점 50가지 중에서)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하자 모두 써보겠다고 했다. 며칠 후 일곱 명이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각자 써온 글을 읽어 내려갔다. 자기 이야기를 공개하며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공감하는 내용이 나올 때는 ‘그래,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거나 반응을 보이며 진지하게 경청했다. 다 읽고 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며 모두 밝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하는 것을 격려 받고 좋은 점을 키우기보다 못하는 것을 지적받고 보완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해 왔다. 그래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우리 중에는 낮은 자존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장점을 잘 몰랐거나 대수롭잖게 여긴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낮은 자존감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고 살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를 종종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자존감의 기준이다. 이기심을 건강한 자기사랑으로 착각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의 왜곡된 평가와 잘못된 가치관으로 자신을 보는 눈이 흐려지기도 한다. 내 자존감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신을 인정하고 좋아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내 안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면 그것은 보석이 된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