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재생에너지 정책 성공 원동력은

입력 2013-09-22 17:12 수정 2013-09-22 22:39


민·관·기업 ‘친환경 코드’… 에코전기 사용 크게 늘어

독일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된 데에는 확고한 정책과 정부의 솔선수범, 그리고 환경보호를 우선하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법 제정으로 정책적 지원=재생에너지산업은 정부가 2000년 재생에너지법(EEG)을 제정하면서 급격히 발전했다. EEG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이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면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들이도록 했다. 여기에 발전차액지원(FIT)제도를 통해 20년간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EEG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 개정됐다. 법이 개정될 때마다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치는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정책 목표가 순조롭게 달성되자 기대치를 점점 높게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정되면서 2020년까지 전체 전기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목표치를 35%로 높였다. 2030년에는 50%, 2050년에는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아가 전기, 난방 등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8%에서 2020년에는 18%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EG는 풍력, 태양광 등 각 재생에너지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지원 규모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됐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2008년 6월에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난방을 촉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난방법’을 제정했다. 2009년 이후 신축 건물은 일정 부분 재생에너지에 의한 난방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주택에 재생에너지 난방시설을 설치하면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지원을 통해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난방을 1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 바이오 연료의 혼합 비율을 지정하고 특정 바이오 연료에 대한 세제 지원을 담은 바이오연료혼합법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의사당 등 정부가 앞장서서 태양광 설치=연방의회 의사당은 남쪽 옥상에 300㎡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지하에는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하는 열병합 발전기가 4개 있고, 지열에너지도 저장해 냉난방에 활용한다. 2008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의사당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 30%를 충당하고 있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의사당 옥상 돔에는 360개의 거울로 된 기둥이 있다. 해가 뜨면 빛이 거울을 통해 의사당 본회의장을 비춘다. 자연채광을 해 전기를 아끼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연방의회는 의사당 건물 재건축을 계획하던 1995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2001년 완공된 총리 집무실 건물에도 지붕에 1300㎡ 면적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갖춰져 있다. 열병합 발전기도 설치해 매년 1400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거두고 있다.

베를린 교통의 중심인 중앙역(Hauptbahnhof)에도 태양광 발전 설비가 전기를 만들고 있다. 한 해 중앙역이 필요한 전기의 2%를 충당하면서 이산화탄소 방출도 연간 120t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환경 우선하는 시민의식=독일이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것은 국민 90%가 이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저먼 앙스트(German Angst·알 수 없는 일에 대해 갖는 독일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말)라는 표현을 써가며 독일인들의 원전 반대를 비난했다. 하지만 환경(Umbelt)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독일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베를린에 사는 생물리학자 베른하르트 크니림(34)씨는 10년 전부터 일반 전기보다 요금이 20% 정도 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 중이다. 그는 “원자력 발전이나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는 도덕적, 윤리적 이유로 사용할 수 없었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에코 전기(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지칭)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서미옥(60)씨와 김순임(69)씨는 올 1월 식당 전기 공급을 신재생에너지 업체로 교체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는 게 이유다. 서씨는 “개인적으로 전기세 인상을 찬성한다”면서 “사람들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민박집도 운영 중인 김씨는 “한국 학생들은 물과 전기를 너무 낭비해서 방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며 “최근 어느 한인 광고지에 ‘물과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고 씌어 있는 문구를 보고 무척 부끄러웠다”고 에너지 낭비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베를린=김준엽 기자

■ 도움 주신 분들

▲니코 하이네만 독일연방경제부 재생에너지과 과장 ▲시모나 바이스리더 IBA 함부르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라이너 하인리히-랄베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 대변인 ▲캐서린 톰슨 펠트하임 투어 가이드 ▲베르너 프로바이터 에너지크벨레 홍보담당자 ▲정종영 주독일한국대사관 상무관 ▲윤주영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 관장 ▲박수진 프라이대학교 한국어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