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후 복귀한 오정현 목사 "평생 빚진 자로 섬기겠다"

입력 2013-09-22 12:41 수정 2013-09-22 15:27


논문표절로 6개월간 자숙해 온 오정현 목사가 강단에 복귀했다. 오 목사는 22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첫 예배에서 요한복음을 인용해 사랑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후 성찬식을 주재했다.

오 목사는 먼저 “온 성도들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점을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고 사과했다. 그는 “복귀 첫 설교를 어떻게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주님의 사랑은 자격이 없는 엉터리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님의 사랑은 세상의 기준과 도덕, 윤리를 다 뛰어넘는다. 사랑의 빚진 자, 채무자가 돼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마귀는 사랑의 역사를 막으려고 분열과 상처로 찢어놓지만 예수의 사랑은 치유로 하나 되게 한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예수를 반대하는 무리가 많아지고 3년간 동행하던 제자들도 도망갈 때였다”며 “예수님은 강력하고 영적인 돌파구로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고 했다. 단순히 발을 씻긴 게 아니라 죄와 연약함까지 씻어줌으로써 ‘서로 사랑하라’는 큰 메시지를 남겼다고 오 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30년 이상 목회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지만 저를 가장 변화시키고 감동을 준 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주님의 사랑이었다”며 “사람을 바꾸는 건 책망이 아니라 사랑이다”라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복귀 심정을 ‘참사랑의 회복을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보에도 실었다. 이달 16일 제천기도동산에서 쓴 편지였다.

그는 “지난 6개월은 제 생애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사랑의교회 온 성도와 한국 교회에 큰 상처를 드린 점을 엎드려 사죄하오니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주님의 사랑으로 품어 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또 “지난 시간 동안 자주 떠오르는 단어는 ‘겸손’이었다. 그 동안 자신은 물론 교회와 하나님과 한국교회 및 사회 앞에 교만했던 점을 진심으로 회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사랑의교회는 우리 교회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 ‘겸손한 섬김이’로서 ‘환골탈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사랑의교회가 회복되고 안정돼야 할 때가 됐다는 깨달음을 주님께서 주시기에 일어선다. 평생토록 빚진 자의 심정으로 사역하겠다.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말씀사역과 제자훈련사역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 겸손한 섬김이로 환골탈태할 수 있길 원한다. 복음에 빚진 자, 사랑의 채무자 심정으로 사역에 임하려 하니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교회 안팎에서는 오 목사 찬성파와 반대파의 움직임으로 온종일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교회 건물에는 ‘평신도협의회 일동’ 명의로 복귀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성도들은 담임목사님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아침이 찾아오면 밤은 물러간다. 사랑의교회는 이제 아픔을 뒤로하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논란과 갈등을 접고 회복과 갱신의 길로 들어서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 혼란의 원인으로 떠돌던 쟁점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터무니없이 왜곡, 과장된 것으로 아직 어려움이 남아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결국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안수집사회가 중심인 반대쪽은 인근에서 사임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회장실이 있는 본관 내 일부 예배실의 출입을 통제하자 8시 첫 예배 때는 이에 항의하는 일부 신도와 교회 관계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복귀 찬성 쪽 신도 1000여 명은 도시락까지 싸와 종일 예배당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사랑의교회 당회는 이날 오 목사 복귀에 대한 입장 표명을 놓고 회의를 열었지만 찬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 목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학(옛 포체스트룸대학)에서 1998년 받은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3월17일 설교 중단과 함께 사례의 30%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자숙기간에 들어갔다.

대학 쪽은 지난 5월 “논문 표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며 이를 바로잡아 수정본을 제출해야 한다”면서 학위는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목사가 일단 강단에 복귀는 했지만 반대쪽이 교회재정 사용 등과 관련해 수백억대 배임 혐의로 오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문제 제기를 계속하고 있어 교회가 안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