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자 모른다?… 유엔 보고서 논란

입력 2013-09-17 15:53

유엔이 예상대로 진전된 내용이 없는 시리아 화학무기 피해현장 조사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또 ‘뒷북’을 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발표된 유엔 조사 결과는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 누구 소행인지 밝히지 않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을 방치한 셈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보리 15개 비상임이사국이 참석한 비공개회의에서 “유엔 조사단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명료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했다”며 “이건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하지만 유엔 조사 결과는 국제사회에서 다소 공허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은 사건 직후 국제사회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정사실로 인정된 전제였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은) 논란의 소지 없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지만 논란의 핵심은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서 사용 주체로 옮겨간 지 오래다. 미국과 영국 등은 시리아 정부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와 이란 등 시리아 우방국은 반군 소행이라고 반박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 대사는 유엔 보고서 발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조사단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보면 이렇게 대규모 화학무기 공격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사드 정권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