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에펠탑

입력 2013-09-17 15:16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에펠탑은 세계적 관광명소입니다. 그 에펠탑은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고 또 1889년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에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것입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을 세워 프랑스의 국력을 알리려 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한 이 철탑이 세워진 후 파리 시민들에게 에펠탑은 흉물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 매일 에펠탑 아래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곳이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를렌이라는 당대 최고의 시인은 2500만개의 대갈못으로 고정된 이 철제 구조물을 너무나 혐오한 나머지 그것이 보이면 되돌아갈 정도였으며 아베마리아의 작곡가 구노 역시 에펠탑을 파리의 수치로 여겼다고 합니다.

이런 에펠탑은 원래 박람회가 끝나면 20년 후에 철거할 예정으로 세워졌습니다. 50인의 작가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건립반대위원회는 20년도 길다고 조기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에펠탑은 철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탄생 때부터 비난과 찬탄의 양극단을 줄타기하며 수많은 별칭을 지닌 이 탑은 박람회가 끝나고 100년이 훨씬 넘도록 당초 예정과 달리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고 20세기와 21세기를 여는 파리의 상징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파리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에펠탑은 철거되지 않은 채 파리의 상징물이 되었을까요? 재미있게도 그것은 라디오의 발명 덕분이었습니다. 에펠탑은 당시 시작한 라디오 방송의 전파를 송출할 수 있는 송신 안테나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당했습니다. 이에 따라 1907년 프랑스 정부는 에펠탑을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차대전 후에는 텔레비전 전파 송신탑으로도 활용되며 그 존재 가치를 높였습니다.

철거될 수밖에 없던 에펠탑도 할 일이 생기니 살아남았고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할 일이 있어야 합니다. 존재 이유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 사람은 결코 밀어냄을 당하지 않습니다. 나의 역할이 확실하고 존재 가치가 높아지면 이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없어지면 아쉬워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나님께서는 나를 오랫동안 사용하실 것입니다. 일을 만들어내고 그 일을 위해 내가 꼭 필요한 사람임을 증명합시다. 하나님께서 나의 자리를 지켜주시고 든든히 세우실 것입니다.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어떤지요. 누가 봐도 존재 가치가 분명한가요?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지어도 그 존립 이유가 없다면 흉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