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파문] 끊임없는 ‘불법사찰’ 논란… 검찰, 수사 가능할까

입력 2013-09-18 04:59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제기 및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사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추석 연휴 이후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키로 함에 따라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수사를 할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7일 “채 총장 혼외자녀 의혹제기 과정에서 내연녀로 지목된 A씨 등에 대한 개인신상 불법사찰 의혹이 있다”며 “추석연휴 기간 동안 법리 검토를 거친 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관련 의혹에 대해 “추후 검찰 고발 등을 통해 실체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불법사찰 의혹은 채 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이 보도된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A씨 주민번호,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학교기록, 바뀐 집주소, 전화번호 등이다. ‘청와대·국정원 배후설’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보도를 접한 채 총장도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배후세력이 불법사찰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채 총장은 보도가 나온 6일 “이건 불법사찰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고려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혼외아들 의혹과 별개로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16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총장의 사생활에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도록 한 의혹이 있다. 이는 위법한 방법을 통한 음해 정보취득 및 사용 등에 해당하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서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A씨 등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정보를 가진 기관에 정보 제공을 강요했다면 형법상 직권남용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공직자인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개인정보가 수집됐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에서 김종익씨를 사찰해 논란이 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발이 접수되면 검찰은 수사를 진행해 기소 여부와 그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사찰 의혹 수사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검찰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수사 대상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청와대는 16일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보도가 나온 이후 특별감찰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보도 이전에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검찰로서는 청와대의 분명한 해명이 나온 상황에서 수사에 착수했다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고발 사건을 배당만 해 놓고 실질적인 수사는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 슬그머니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