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끼리 잘해야지 어카겠소” 활기찾은 개성공단… 연휴도 반납
입력 2013-09-17 14:44 수정 2013-09-17 20:10
“같은 민족끼리 같이 잘해야지 어카겠습니까. 말시키지 마십시오. 지금 숫자 적는데 헷갈립니다.”
재가동 이틀째인 17일 개성공단 현장에선 우리 측 기업 관계자들과 북측 근로자들이 상품을 생산하느라 분주했다.
속옷을 만드는 SK어패럴 작업장에는 북측 근로자 4명이 한 조가 돼 큰 천을 재단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북측 근로자 1011명 전원이 출근해 물건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건물 내 식당에선 근로자들이 점심을 위해 돼지고기를 넣은 김칫국을 큰 솥에 끓이고 있었다. 정오부터 식사를 하느냐고 묻자 한 근로자는 활짝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오랜만에 나오니 어떠냐’는 질문에 “뭐 어떻게 좋긴, 다 우리민족끼리 해야 되는 기니까네 나오는 거지. 빨리 통일도 돼야지. 서로 왔다 갔다 하고”라고 말했다. ‘표정이 너무 좋다’고 하자 그는 “나는 얼굴에 주름이 많아서 사진 안 찍는다”며 멋쩍어했다.
인근 전자·금형 제품 제조업체는 설비 라인 7∼8개 가운데 2개 라인만 시험가동 중이었다. 북측 근로자도 1019명 중 280명만 출근했다. 그래도 입구에는 북측 근로자들이 부품을 실은 박스들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마르고 새카맣게 탄 모습이었다. 근로자들은 “쉴 때 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해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공장이 멈췄을 때 농사에 동원된 것이라고 업체 관계자는 귀띔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재가동에 들어간 입주기업은 94곳으로 전날보다 4곳 늘었다. 공단에 출근한 북측 근로자도 전날보다 3000여명 많은 3만5000여명으로 추산됐다. 입주기업들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 연휴 기간 중 19일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공장을 가동한다.
한편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장소와 관련해 20일 우리 측 사전 선발대가 금강산을 방문할 때 이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측은 관례대로 외금강·금강산 호텔을 제안했고, 북한은 “이미 관광객 예약이 되어 있다”며 해금강 호텔과 현대생활관을 제의한 상태다.
개성=공동취재단,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