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천막으로 다시 간 남편… 미역국 들고 온 명길씨
입력 2013-09-17 14:43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22일째 노숙투쟁 중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7일 길에서 생일을 맞았다. 김 대표는 1952년 9월 17일에 태어나 지난해 환갑이었지만, 호적에 1년 늦게 등재되는 바람에 호적상으로는 올해가 환갑이다.
생일을 맞아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51)씨가 큰아들 어진(15)군과 함께 오전 11시쯤 천막당사로 찾아왔다. 최씨의 손에는 미역국과 갈비찜, 조기구이 등 생일 음식이 담긴 붉은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이 있었기에, 당초 결과가 좋으면 집에서 생일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됐었다. 하지만 회담이 결렬되고 노숙 투쟁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그야말로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상황에서 생일을 맞게 됐다.
김 대표는 음식 보따리를 받고선 “뭘 이런 걸 다 가져왔어”라며 멋쩍게 웃었다. 또 “어렸을 때는 생일을 잘 챙기지 못했는데 결혼해서 아내 덕분에 생일을 꼬박 축하받게 됐다”고 했다. 민주당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밝게 웃던 최씨 얼굴도 많이 어두워 보였다. 또 김 대표가 안쓰러웠던지 말없이 손으로 남편 등을 자주 쓸어줬다고 한다. 최씨는 지난 3일 천막당사를 방문했을 때에는 민주당의 새 상징색인 파란색 원색 옷을 입었지만 이날은 무채색의 흰 블라우스에 검은 상의를 입었다.
김 대표는 당직자한테서도 ‘장기투쟁’을 상징하는 털모자와 방한장갑을 선물 받았다. 그는 “많이들 축하해줘서 좋긴 하지만 우리가 천막에 나와 있는 이유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는 일을 제대로 해내야지 더 축하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아울러 지난 8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 국민결의대회 당시 김 대표가 시민 앞에서 연설하는 사진도 선물했다.
김 대표는 의원과 당직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에서 준비한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앞서 김 대표는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전병헌 원내대표로부터 축하 꽃바구니를 받았다. 전날 박 대통령도 그에게 축하 난을 보냈었다. 김 대표는 추석 연휴 대부분을 천막당사에서 지내기로 했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