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등친 하버드 출신 의사 알고보니 ‘중졸 무직’

입력 2013-09-17 14:41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7일 하버드대 출신 의사 행세를 하며 여성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서모(31)씨를 구속했다. 서씨는 2011년 5월 알게 된 스튜어디스 출신 A씨(여·33)에게 자신을 하버드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의사라고 속이고 교제를 시작한 뒤 생활비 등 명목으로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다.

서씨는 2007년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에 하버드 의대 마크가 붙은 의사 가운과 가짜 명함, 대학병원 로비에서 찍은 사진 등을 올려 주변을 속여 왔다. 심지어 미국 유학생 친목 모임 사이트에 가입해 재력가 집안 출신이고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것처럼 영어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씨는 최종학력이 중졸이었고, 해외에는 나가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독학으로 영어와 의학을 공부해 실제 의사들까지 속을 만큼 전문 지식을 쌓았고, 일부 의사들과는 지방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국내 재벌가 3세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씨는 지난 5월 초 A씨와 미국으로 함께 출국하기로 한 날짜를 며칠 앞두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A씨는 경찰에 서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지방에서 전전하던 서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의사인 것처럼 꾸미는 것 외에 별다른 직업이 없던 ‘백수’”라며 “서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성들의 연락처를 토대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