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속설로 건강·인간관계 평가… 엉터리 ‘자가진단 앱’
입력 2013-09-18 02:00
김모(17)양은 지난 5월 스마트폰에 한 우울증 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우울증 자가 진단을 했다. 평소 김양은 자신이 가족 문제로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선뜻 병원에 가지는 못했다. 혹시나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 정신과 진료 내용이 기록에 남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양은 앱을 통해 테스트한 결과 ‘우울 경향이 있으며 위험군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양은 이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들끼리 모여 댓글을 나누는 공간에 ‘우울증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었다. 내겐 정말 죽음만 남은 것 같이 느껴진다’는 글을 남겼다. 자가진단을 했다는 이모씨 역시 ‘(결과를) 알고 보니 더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앱은 별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질문을 모아 심각성을 판단해 주는 수준의 앱이었다. 실제로 믿을 수 있는 우울증 관련 앱은 ‘대한우울·조울병학회’에서 개발한 한 개뿐이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우울증 진단 앱에 의존했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가진단 앱은 의료정보 외에도 ‘애정도 테스트’ 등 인간관계까지 진단하는 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A씨(28)는 지난달 소개팅으로 알게 된 여성과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갖게 됐다. A씨는 상대방과 나눈 대화내용을 분석해 애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진단해 준다는 ‘애정도 진단’ 앱을 이용해 봤다. 진단결과 상대방의 애정도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A씨는 한 커뮤니티에 ‘앱에서 애정도가 낮게 나왔는데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된다. 포기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밖에도 이름과 연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언제쯤 첫 성관계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첫경험 측정기’라는 앱도 등장했다. 황당한 내용임에도 다운로드 횟수가 100건을 넘어섰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건강이나 인간관계 등을 비과학적 정보에 의존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