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쓰레기통 옆에서 발견한 ‘행복’… 미화원들이 웃었다, 보름달처럼 환하게

입력 2013-09-17 14:42


지난 13일 오전 5시쯤.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에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 박모(56·여)씨는 사무실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쓰레기통을 치우려고 책상 아래로 허리를 숙였는데, 그 옆에 자기 이름이 적힌 철제 바구니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매일 새벽 1∼2시간 청소만 하는 곳에 자기 이름이 적힌 물건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자기에게 온 물건이 맞는 것 같았다. 이름 옆에는 ‘행담통(행복을 담은 통·사진)’이라는 글자도 적혀 있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구니 안을 들여다본 박씨는 깜짝 놀랐다. 안에는 핸드크림과 비타민, 그리고 한우세트가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편지도 있었다. 사무실 직원 한명 한명이 박씨에게 직접 손으로 쓴 감사 편지였다.

카드도 꽂혀 있었다. 여기에는 ‘당신의 도움 없이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애써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행담통을 받은 사람은 박씨뿐만이 아니었다. 추석을 맞아 대우증권 직원들이 사무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162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본사와 과천 연수원, 각 지점 직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Thanks Giving Day(추수감사절)’와 대우증권의 슬로건인 ‘Think you very much’를 합성해 ‘Think Giving Day’로 명명된 대우증권의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처음 기획됐다. 직원들은 미리 자기 부서를 청소하는 미화원의 이름과 나이 등을 파악해 기호에 맞는 선물을 마련했다. 한우세트가 많았고, 화장품도 인기 품목이었다. 비용은 회사가 냈지만, 직원들은 모두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 감사를 표시했다.

직원들은 미화원들이 자연스럽게 선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벤트 전날인 12일 저녁 준비해둔 선물과 카드가 담긴 바구니를 쓰레기통 주변에 놓고 퇴근했다. 몇몇 미화원들은 끝까지 자기에게 온 물건인 줄 모르고 손을 대지 않기도 했다. 나중에 직원들이 행담통을 들고 찾아가자 그제야 깜짝 놀라며 선물을 받았다.

대우증권은 선물을 준 직원과 받은 미화원 모두가 너무 좋아하고 회사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끌어올려 내년에도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17일 “전 직원이 함께 준비하고 고민해 정성과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민족 명절인 추석을 맞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또 한 가족으로 느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