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공포’… 美서 한 해 2만3000명 목숨 앗아

입력 2013-09-17 14:33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슈퍼 박테리아를 ‘위협’ 등급으로 분류하고 미국에서 매년 200만명 이상이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최소 2만3000명이 숨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P통신은 독감에 의한 사망자와 비슷한 숫자라고 전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슈퍼 박테리아와 관련된 사망자를 연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감염증학회 대변인 헬렌 부처 박사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라며 “우리는 파국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항생제를 복용할 때마다 민감한 박테리아는 죽지만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는 살아남아 번식하면서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가 된다. CDC는 보고서에서 가장 치명적인 슈퍼 박테리아 17종을 특정했다. 특히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는 한 해 1만1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는 9000명의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켜 그 가운데 50%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슈퍼 박테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개인의 노력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CDC는 감염 경로를 추적해 박테리아가 슈퍼 박테리아로 발전하기 전 적시에 새 항생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개인은 스스로 철저한 위생관리로 감염을 막고, 꼭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CDC의 토머스 프리든 박사는 “항생제 복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