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9월 악몽… 美 심장부 흔들다
입력 2013-09-17 14:34 수정 2013-09-17 20:46
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서 벌어진 ‘총기 유혈극’에 미국이 다시 충격에 빠졌다. 특히 9·11테러 12주년이 1주일도 지나지 않은 데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참사가 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발생해 미국 정부의 테러 대응 능력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워싱턴DC 경찰 당국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남동부의 ‘네이비 야드(해군 복합단지)’ 내 해군체계사령부(NAVSE) 건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 1명을 포함, 1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이곳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과 연방수사국(FBI)은 숨진 용의자가 텍사스주 포트워스 태생의 해군 상근예비역 출신으로 IT 기업인 HP의 군 하청업체 직원 에런 알렉시스(34)라고 밝혔다. 그는 범행 당시 AR-15형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 권총 등 총기 3정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합법적’ 수단을 통해 건물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 레이니어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17일 “인명 손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말해 단독 범행임을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외에 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또 다른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번복했다.
사건 현장은 백악관에서 5㎞밖에 떨어지지 않은 군 시설이어서 미국인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군 시설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와 가방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잇따르는 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보안관리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미 당국은 백악관·의사당·펜타곤(국방부 청사) 등 공공건물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워싱턴DC 내 레이건 공항의 항공기 이륙도 한때 금지시켰다.
이번에도 총기규제 강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대형 사건 때 나왔다가 다시 흐지부지되고 마는 악순환도 테러 사건을 잠재우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러시아 연방의회의 알렉세이 푸시코프 의원은 트위터에 “해군사령부에서 총잡이가 수명을 사살해도 미국인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며 조롱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