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3자회담 이후] “타협은 없다” 정치권 마이웨이… 식물국회 장기화

입력 2013-09-17 14:28


청와대-민주당 정면충돌… 정국 어디로

3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마이 웨이’를 선언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의 힘을 업고 야당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전면적인 장외투쟁까지 거론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면충돌하면서 16일째 개점휴업 상태인 정기국회 파행도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3자 회담’에서 정국 해법을 찾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의중을 쏟아냈다. 민주당을 향한 발언은 여당의 대야 비난 논평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위가 높았고, 산적한 민생 현안을 거론하며 각 부처 장관들을 채근했다.

◇‘내 길을 가련다’=박 대통령은 2004년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을 떠올리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단호한 어조에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아랑곳없이 ‘대통령으로서 정도(正道)를 가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이 민주주의 위기를 말하는데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장외투쟁을 강행해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대통령과의 담판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추석연휴 기간 청와대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3자 회담 이후 야당과의 갈등이 더 커졌지만 정치적 타개책을 찾기보다는 민생에 전념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가 이념논쟁 장이 돼선 안 된다”=박 대통령은 또 “학생들이 보게 될 역사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관계가 잘못 기술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교과서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는 교과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 교과서 배포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라. 한국사 교과서 검정 때마다 논란이 반복되는데 원인이 뭔지 검토해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벌백계 법질서 확립 지시=박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회 지도층에 대한 법 집행 공정성 강화에 대해 보고하자 “솜방망이 처벌을 하지 않고 법에 적힌 대로 엄정하게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잘못한 사람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것 이상의 굉장히 중요한 철학이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일벌백계라는 말이 있는데 엄정하게 법을 잘 집행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석 민생 행보=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교통 물가 치안 응급진료 등 추석 민생안정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추석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확산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각별히 신경 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 논란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와 원산지 표시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검사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식품안전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선 “공단이 상식과 국제 규범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 전통시장을 찾아 추석 제수용품을 사러 온 시민과 상인들을 만났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