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조성돈]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라
입력 2013-09-17 15:20
지난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1위다. 즉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2위를 다투는 헝가리나 일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월등한 차이로 1위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31.7명인데 이 두 나라는 20명 안팎이다.
가장 최근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라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암으로 제일 많이 죽는다. 다음이 뇌혈관질환이고 심장질환이다. 그리고 네 번째로 자살로 많이 죽는다. 그 다음이 당뇨병, 폐렴, 하기도질환, 간질환, 교통사고 등이다. 이런 현상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없어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자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자살이 많다고 걱정들은 한다. 하지만 걱정이 현실이 되고, 실제적인 예방책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는 당뇨병에 대해서는 예방책도 잘 소개돼 있고, 병원이나 보건소 등을 통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예상하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병 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로 이해한다. 사람이 심약해서 죽는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인생에 위기가 있을 수 있고, 닥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가 있다고 다 죽지는 않는다. 몇 년 전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했을 때 그 학교 총장이 그 비슷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이스트에서 버티지 못하면 그는 사회에 나가서도 도태되고 결국은 죽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마음일 것 같다. 누군가 자살했다고 했을 때 우리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죽을 만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혹시 그런 상황이라면 ‘죽는 게 더 났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 비슷한 생각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죽음의 고통보다는 현재 이 삶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말이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 사업에 실패한 가장, 우울증에 고통당하는 주부, 경제적 육체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 이런 사람들이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말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 가운데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결과이다. 현재의 이 고통을 이겨내고 넘어가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는 죽음으로 마무리해 버리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 말이다.
생명문화 만드는 게 교회의 사역
생명은 절대가치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고,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주셨다. 사람들은 죽음이 마지막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죽음이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이고 이 잠시의 삶을 지나 영원히 주님의 품에서 살아야함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생명은 과거이고 오늘이지만, 동시에 영원한 미래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나를 지으신 하나님의 명령이다. 그 고귀한 사명이 오늘 우리가 그 어떤 고통 가운데서도 살아야 할 이유이고, 의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이를 이길 힘은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교회에 있다. 우리 가운데 충만한 이 생명을 이 사회와 나누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그리고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여서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가 이 사회를 향해서 외칠 수 있는 귀중한 사역이 될 것이다.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