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파워블러거의 황혼이 왔는가

입력 2013-09-17 14:25


“인터넷을 발전시키면서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류윈산(劉雲山)은 지난 2011년 9월 초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을 때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를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도전뿐 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며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당시 당 정치국 위원(25명)으로 중앙선전부 부장을 맡고 있었다. 지금은 당 서열 5위로 이념 및 선전 분야를 총괄하는 정치국 상무위원(7명)이다. 10년 동안 중앙선전부 부장을 지낸 만큼 당 지도부에서 선전 분야의 1인자로 꼽힌다. “파워 블로거의 황혼이 가까웠는가?”

중국에서 ‘大V’로 불리는 파워 블로거들이 지난달부터 줄줄이 당국에 체포되고 있다. 주간 신문 남방일보(南方日報)는 최신호에서 블로거들이 전례 없는 엄혹한 겨울을 맞고 있다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팔로어 1200만명을 거느린 미국 국적 화교 블로거 쉐만쯔(薛蠻子)는 지난달 하순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다. 인터넷 논객 친훠훠(秦火火), 양슈위(楊秀宇), 저우루바오(周祿寶) 등은 ‘공공질서문란죄’로 구속됐다. 친훠훠와 양슈위는 2011년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신쾌보(新快報) 기자 류후(劉虎)는 공상총국 부부장 마정치(馬正其)의 비리 혐의를 실명으로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올린 뒤 구치소에서 38세 생일을 보내야 했다. 그에게도 공공질서문란죄가 적용됐다. 쉐만쯔를 빼고는 대부분 인사에게 이 죄목을 덮어씌운 것이다. 이들 외에 왕궁취안(王功權) 같은 인권운동가까지 포함하면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언론과 사상 통제를 위해 잡아들인 인물이 100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인터넷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는 미명 아래 무소불위로 적용하는 공공질서문란죄.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 혐의가 적용되면서 논란이 증폭되자 최근 뒤늦게 이 죄에 대한 사법 해석을 내놓았다.

공공질서문란죄는 원래 공공장소에서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등 공공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경우에도 이 조항을 적용해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의적 법 적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지도부가 ‘인터넷 때려잡기’에만 골몰하는 건 아니다. 부패 척결 운동에 네티즌의 동참을 유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이달 초 중기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직자 부패 제보 코너를 개통했다. 인터넷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막겠지만 순기능은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감독, 류윈산 주연의 인터넷 정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하의 헛소문은 ‘옌다(嚴打·엄하게 처벌함)’를 통하면 모두 사라질까.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끊임없는 사상 통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