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힌 정국 풀어가는 창조정치 보고싶다
입력 2013-09-17 15:20
대통령과 여야, 민생에 온기 불어넣는데 합심하길
여야는 17일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3자회담을 놓고 책임을 전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황 대표는 “투쟁과 강요로 일방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대화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반면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 회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불통(不通)의 정치가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싶다. 정부와 여야는 국정의 동반자다. 서로 존중하면서 협력과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나라가 편안한 법이다. 하지만 3자회담에서 드러난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상대를 존중하기는커녕 무릎 꿇게 만들어야 할 적(敵) 쯤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강요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민생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들만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다. 야당이 야속하더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 취임 6개월 만에 야당 대표와 회동했다는 것부터 비정상이다. 더욱이 야당 주장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야당 대표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면 야당이 길거리에서 국회로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을 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 면전에서 야당의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대통령의 통 큰 리더십을 통해 꽉 막힌 정국이 풀리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대치정국의 장기화는 대통령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것이고,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떨어질 것이다. 대북 문제나 외교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듯 내치(內治)도 신경 써야 한다.
김 대표는 국민들 중 상당수가 장외투쟁에 비판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더 생겨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9개월여 전에 벌어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이 과연 이처럼 오랫동안 국회를 내팽개칠 정도로 중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거리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압박하는 게 과연 온당한 행동인가. 국민들 보기엔 협박이나 투정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도 음모론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가 본질이다. 이를 외면한 채 ‘채동욱 감싸기’에 치중하는 건 옳지 않다. 서울시청 앞의 천막을 접을 절호의 기회를 차버린 김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많은 국민들이 3자회담 결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창조경제도 좋지만 막힌 정국을 풀어내는 창조정치가 시급히 요구된다.